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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는 맨홀에서 번쩍이는 달빛의 반사광을 보자마자 침대에서 서둘러 내려왔다. 맨홀을 관찰하려고 남겨둔 아주 좁은 틈새 말고는 커튼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그 빛이 방에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그는 아주 작은 단서라도 놓칠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거의 암흑에 가까운 어둠 속에서도 길을 더듬어, 열려 있는 옷장을 향해 다가갔다.

신발, 그러니까 엄마한테서 숨긴 스니커즈가 어디 있지? 저깄군. 그게 눈에 보이기 훨씬 전부터 빌리는 씻어내지 않은 땀과 섞인 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 피는 탈의실에서 벌어진 수없이 많은 해코지 사건 중 뱉어낸 것이었다. (확실히 해두자면, 빌리가 해코지를 당한 쪽이었고 나머지 애들이 해코지를 가한 쪽이었다. 빌리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비슷한 시기에 안경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일이 순조롭게 굴러가진 않은 것이다. 안경은 어쩌면 <오늘의 외계인> 최신판을 해가 진 줄도 모르고 어둠 속에서 읽는 버릇 때문에 끼게 된 건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빌리에게는 이러나저러나 원대한 계획이 있었고, 따라서 그는 아무에게도 해코지하지 않았다. 미래의 팬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 어떤 길도 냄새를 맡아 뚫고 갈 수 있는 개처럼, 빌리는 스니커즈를 옷장의 잡동사니 더미에서 낚아채 신었다. 양말 따위는 신지 않았다. 그러고는 손전등을 찾았다. 책상 위에 있는—아니, 없네? 있어야 하는데.

맙소사,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일주일을 연습하지 않았던가? 눈가리개까지 하고서? 침대에서 맨홀까지 가는 연습을 말이다. 엄마가 옆방에서 코를 고는 동안 집에서 나가려고!

빌리는 손전등을 찾아 빙글빙글 돌았는데—쿵.

엄마의 코 고는 소리가 즉시 멈췄다.

빌리는 가만히 있었다. 손전등을 책상에서 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은 짧은 순간 동안 조막만 한 방을 가로질러 굴렀고, 조금은 작은 쿵 소리와 함께 침대에 충돌했다.

“빌리?”

엄마가 졸린 목소리로 불렀다.

엄마는 잠귀가 밝았다. 피로라는 건 그렇게나 웃기는 것이었다.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들어서는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엄마는 아주 미세한 소리에도 쉽게 깼다.

최대한 조용히, 빌리는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면으로 된 잠옷 바지만 그 리듬에 맞춰 흔들렸는데, 마치 빌리의 발목을 덮으려고 노력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긴 아느냐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키가 너무 커서 그 옷이 맞지 않게 된 지 벌써 여러 달이었다. 대체 빌리는 왜 은퇴할 나이가 훨씬 넘을 때까지 잠옷을 혹사시키는가? 특히 빌리의 엄마라면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 텐데? 빌리의 할머니가 과로로 단명하셨다는 걸 알면서 어찌 이러나?

빌리는 생각했다.

‘조금만 참아주라. 내가 하수관에서 외계인을 찾기만 하면 너 은퇴하게 해줄게. 그뿐이겠어? 너를 모든 신문사와 방송국 인터뷰에서 언급해 주지. 뭐라고 할 거냐면, 이 잠옷 바지야말로 모두가 나를 미쳤다고 했을 때 내 곁에 있어 줬다고 할 거야. 심지어 엄마까지 그랬는데—’

엄마가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빌리는 희미하게 한숨을 쉬고는 손전등을 집었다. 오늘 밤, 운은 그의 편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후끈거렸다. 이 상태로는 외투가 필요하지 않을 터였다. 천천히 침실 문손잡이를 돌렸다. 경첩이 움직이면서 끼익거렸다. 하지만 이 문은 옷장 문과는 달리 전날 밤 열어둘 수가 없었다. 엄마가 이런 수상쩍은 계획을 눈치챘을 테니까. 엄마는 빌리의 외계인 이야기를 못마땅해했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가끔은 외계인보다도 빌리를 못마땅해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엄마의 그런 못마땅함도 조만간 끝날 터였다.

빌리는 복도를 따라 살금살금 걸어, 방 두 개짜리 아파트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실은 방 한 개를 얇은 나무판자로 나눠 소위 두 개의 방으로 나눈 것에 불과한 집에서 나와, 손전등을 켜고 달리기 시작했다. 빌리가 코 고는 남녀들로 가득한 다른 집들을 지나 아래층까지 휩쓸어 내려가는 사이, 빛은 춤추고, 흔들리고, 떨렸다. 그는 불량 학생들로부터 도망쳐야 했던 그 어떤 때보다도 빨리 달렸다. 놈들은 지금 그가 뭘 하려는지 절대 상상하지 못할 터였다. 외계인을 찾을 거란 말이다. 또한 외계인과 지내고 있는 실종된 아이들의 상태가 최고라는 것을 세상에 증명함으로써 인간과 외계인 사이의 협력 시대를 열 것이었다.

빌리 클리퍼드는 외계인과 거의 처음으로 접촉한 사람으로, 또한 접촉을 인정하게끔 설득한 최초의 사람으로 그 이름이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예정이었다. 여기저기 사진도 뿌려지고. 인터뷰 하나당 백만 불씩 받고. 그렇게 요구할 작정이었다. 인터뷰를 원하는 모든 매체와 인터뷰할 시간이 당연히 없을 테니 우선순위를 정할 방법이 필요한데, 돈보다 더 좋은 우선순위 처리 방식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빌리 클리퍼드는 강직한 인간이었다. 그는 자기를 비웃었던 안내 데스크 사람들이 일하는 방송국과는 절대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들이 얼마나 갈피를 못 잡고 행동하는지 알려주려고 했던 적도 있었으나 그 시절은 이미 끝났다.

대략 한 달 전, 실종 사건들이 시작됐을 때부터 대통령은 에버튼이라는 이 작은 도시를 여러 번 방문했다. 그와 함께 많은 헬기들이 왔고, 군대는 도시를 에워쌌다. 새로운 얼굴들 사이에서 시장은 상황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이들 모두, 의도는 좋았으나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피도, 머리카락도, 신발도 남기지 않고 아이들은 실종됐다. 완전 범죄—인간은 그런 걸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외계인이 벌인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빌리의 이 이론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말이다.

법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은 마치 완전히 평범한 인간 범죄자가 아이들을 유괴해 갔다는 듯이 사건을 다뤘다.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그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바보 천치인 범죄자도 납치 희생자를 숨겨 두지 않을 법한 곳을 골라 조사했다. 이를테면 빌리가 다니는 학교 뒤에 있는 숲 속 헛간 같은 곳 말이다. 혹은 빌리가 사는 아파트 건물로부터 강 건너편에 있는 참치캔 공장 같은 곳.

더욱 갈피를 못 잡는 사람들은 누군가 하면, 대통령이 단지 네 명의 실종된 아이들을 찾기 위해 에버튼에 온 게 뻘짓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어린이 실종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일은 전국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인데 왜 하필 에버튼에? 왜 이 난리지?’

오직 빌리에게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이 있었다. 대통령은 외계인이 실종 사건 배후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에버튼에 온 것이었다. 다만 이 총사령관은 진실을 말함으로써 대중을 불안에 떨게 하는 일은 피하고 싶었던 거다. 빌리와 마찬가지로 대통령도 확증이 필요했다. 외계인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게끔 만드는 그 어떤 것.

그래서 빌리는 그 증거를 찾아 나섰다. 어디로?

지구를 방문하려는 외계 생물체와 교신하는 데 이상적인 산꼭대기로.

밀랍 촛농이며, 동물 제물이 바쳐진 흔적이 있는, 마법 의식이 행해졌던 숲속 공터로. (지혜로운 마녀들이 속세인들보다 먼저 외계인과 교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물론 주유소에도 갔다. 당연했다. 외계인들은 우주에서 가치 있는 거라고는 모조리 통제했는데, 석유보다 더 말도 안 되게 비싼 게 어딨는가? 사실 빌리가 보기에 외계인은 석유를 마셔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게 확실했다.

하여튼 빌리는 참을성 있게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일주일 전, 중요한 돌파구를 찾았다. 맨홀 뚜껑 사이의 틈새로 반짝이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아파트 바로 앞 길에 있는 맨홀 뚜껑에서.

단 한 순간이었고, 해는 지고 있었다. 거대 영화 촬영진을 홀리기에 충분한, 갖가지 아름다운 빛의 장난이 벌어지는 ‘매직 아워’였다, 이 말이다. 하지만 빌리 클리퍼드는 분명히 목격했다. 외계인의 메시지를 말이다.

그래서 빌리가 어떻게 했을까? 물론 그 사실을 알렸다. 미국의 애국 시민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했다.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사실을 전달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듣기는 했다. 방송국 안내 데스크 사람들도, 장난 전화를 걸러내는 경찰관들도 말이다. 하지만 순전히 신체적 의미로서의 ‘듣는다’라는 행위는 ‘주의를 기울인다’와는 달랐다. 빌리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번에도 이 중요한 정보를 결정권자들에게 전달하기를 거부했다.

그리하여 빌리의 단독 수사는 계속되었다.

인정하건대, 지난 한 주간 빌리는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안내 데스크 사람들이 옳았나? 그는 그저 외계인의 사고방식은커녕 범죄자의 사고방식도 모르는 바보 같은 1학년생일까? 이런 것보다는 안경을 쓰지 않고도 또렷이 보는 법을 찾아내는 데 집중해야 할까? 그래야 쿨한 척을 할 테니까. 아니면 청바지며 스웨터가 자꾸만 작아져서 바보처럼 보이니까 키가 그만 자라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나?

하지만 빌리는 그런 비생산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밀어내기로 의도적으로 결정했다. 그는 자신을 타일렀다.

‘안 돼, 빌리 클리퍼드. 안경을 쓰고도 행복하고, 새 옷도 사고, 엄마가 할머니처럼 이른 나이에 죽는 대신에 이른 나이에 은퇴하도록 하려면 외계인을 찾는 방법밖에 없어.’

빌리는 계속해서 맨홀을 관찰했고, 그리하여 자기가 사는 아파트 건물의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새벽 2시에 뛰쳐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 지금 말이다.

짧은 순간 동안, 빌리는 외투를 입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4월이었는데, 이는 탈의실에서 처음으로 해코지당했던 게 6개월도 더 됐다는 뜻이었다. 4월은 또한 뉴잉글랜드의 밤공기가 관광객들의 즐거움을 위해 얼음 위에 차게 보관된 굴만큼이나 시리다는 뜻이기도 했다.

추위에 이가 달달 떨렸다. 하지만 빌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이 소리가 들리는 여기, 이 시간에 공존하지 않았다. 그는 깊게 호흡했다. 이슬 맺힌 올봄의 첫 잎사귀 냄새가 났다. 그래, 거기에 집중하는 게 좋겠어.

뜨거운 숨과 차가운 공기가 번갈아 가며 안경을 뿌옇게, 또 맑게 했다. 보름달은 맨홀로 향하는 길을 눈부시게 비추었다. 아직도 섬광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자, 이쯤에서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얘는 아무리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해도 그렇지, 해도 해도 너무 멍청하네. 인간 납치범들이 실종된 아이들을 죽이고 이제 하수관에 살고 있는 거면 어떡해? 얘는 왜 이렇게 낙관적이지?’

하지만 빌리 클리퍼드를 과소평가하지 마시라. 그는 근거 없는 긍정에 눈이 먼 작자가 아니란 말씀.

첫째로, 하수관에 숨은 인간이라면 발견되고 싶지 않으니까 거기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빌리가 숨는다면 꼭 검은 옷을 입었을 것이고, 그것도 빛을 반사하는 게 아니라 흡수하는 종류의 직물만 골랐을 것이다. 또한 단언컨대 절대 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야단스러운 짓은 안 했을 거다.

둘째로, 빌리처럼 수천 개의 범죄 및 미스터리 영화와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터인데, 납치범의 동기 중 가장 흔한 두 가지는 돈 아니면 자아 과시였다. 한데 납치범으로 추정된다고 하는 이자들은 몸값을 요구하지 않았고, 범죄 현장에서 허세를 부리지도 않았다. 사실 경찰은 납치가 정확히 어디서 일어났는지조차 결정짓지 못했다.

이런 수고로운 범죄를 아무 경제적, 혹은 상상 속 이득도 없이 행할 범죄자가 이 세상에 있을까? 빌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 하지만 물론, 납치의 세 번째 동기도 있었다. 바로 아이를 제거하는 것. 보아하니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은 TV에서 보여주기엔 이 동기가 너무 암울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것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드물었지만, 경찰은 이를 고려했기 때문에 실종된 아이들 중 하나인 해나의 아버지가 체포되기도 했다.

빌리는 해나와 같은 학교에 다녀서 그 애를 알았다. 남학생들이 가장 즐겨 괴롭히는 희생양이 빌리라면, 해나는 여학생들의 빌리였다. 그 애는 언제나 머리를 두 갈래로 땋고 다녔는데, 머리를 자주 감지 않기 때문에 그러고 다닌다는 게 너무 분명했다. 해나에게서는 땀에 젖거나 더럽혀지지 않아서 빨기엔 애매한 옷 냄새가 났다. 해나가 뛰어다니거나 넘어지거나 하는 애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그 애의 옷은 몇 달이고 빨지 않은 상태였다. 여자애들은 그것 때문에 해나를 혐오했는데, 이는 빌리조차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여자애들은 아무도 때리지 않고도 심술궂을 수 있었다. 해나는 온종일 아무 계기 없이도 실룩거리거나 움찔거렸다. 그 애 머릿속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는 혼잣말이 계속되는 거라고 빌리는 추측했다. 그 애는 실제 계기가 있었던 순간을 반복해서 다시 체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가끔 수업 중에 해나는 빌리의 시선을 눈치챘고 둘은 눈이 마주쳤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면 해나는 옴짝달싹 않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고, 빌리는 마치 주문에 걸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해나 뒤에 앉은 이런저런 여자애가 키득거릴 때까진 말이다. 해나와 전혀 관련 없는 일 때문에 키득거렸어도 해나는 다시 실룩거리고 움찔거리는 모습으로 돌아갔다.

아무튼 사라진 아이들의 부모 중 누구도 자기 애가 실종 추정 시간에 어디 있었는지 짐작하지 못했다. 그래서 경찰은 어떻게 했을까? 몸값도 탈락, 연쇄 납치범의 의례도 탈락. 따라서 남아 있는 단 하나의 동기를 밀어붙였다. 바로 원치 않는 자식을 제거하려고 벌인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그 애들의 가정생활에 대한 수많은 조사가 진행됐고, 모든 가족이 문제 가정이라고 할 만하나, 특히 해나네가 더욱 그렇다는 점이 드러났다. 해나의 아빠는 폭력적인 알코올중독자였는데, 이 때문에 해나의 엄마를 심문하게 됐고, 이는 얻어맞아서 생긴 그 아줌마의 상처를 드러냈고, 이 때문에 해나 아빠는 감옥에 갔는데, 그래서 아줌마는 아저씨를 감옥에 가게끔 한 해나가 돌아오기만 하면 그 애를 죽여버리겠다고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이 모든 게 전국에 TV로 방송됐다. 아주 그냥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빌리는 부모들이 세 번째 동기 때문에 움직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극히 체계적이지 못했다. 흔적도 없이 사람을 사라지게 하려면 대단한 조직력, 혹은 마법, 혹은 외계인의 능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스팔트와 맨홀을 적신 석유는 세 번째 종류의 힘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빌리는 맨홀에 다다르기 일 미터 정도 전에 손전등을 껐다. 그는 길 한가운데 서 있었다. 나무 몇 그루와 잠옷만이 바람에 움직였다. 빌리는 두 손을 겨드랑이에 끼고는 소리 없이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온도를 유지했다. 훤히 드러난 발목은 추위 때문에 감각이 없는 것 같았는데, 목전의 발견에 대한 긴장 때문인지 이가 떨리는 것은 멈춘 상태였다.

햇빛 아래에 있을 때면 맨홀을 둘러싼 저 석유 고리는 무지개색으로 빛났다. 그런데 달빛 아래에서는 단 한 가지 색, 바로 불가사의한 흰 눈의 색이었다.

하지만 빌리가 보기에, 단 한 가지는 불가사의한 점 없이 확실했다. 바로 외계인의 의도가 선하다는 점이었다. 해를 끼치려고 했다면 왜 동네를 폭파하지 않았겠는가? 혹은 지구를? 혹은 은하계를?

그리고 이제, 모든 이론 제시와 관찰이 끝났으니, 모든 진실이 드러날 차례였다. 외계인들이 빌리에게 서두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수관에서는 아직도 반사된 달빛이 반짝였다.

© 2022 Ithaka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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