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리드 부캐

보관소 개장!

신장개업!

이곳은 앞으로 제가 (한아임이) 하는 활동들을 정리해서 업로드할 곳입니다.

2021년은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고, 지금도 계속 그러는 중인데, 특히나 부캐조차 아니었던 이 ‘한아임’이라는 이름이 이제는 완전한 부캐, 그러니까, ‘부’이긴 하지만 온전한 ‘캐릭터’가 된 해였습니다.

게다가 한아임보다 먼저 태어난 영어 필명을 폭파하게 된 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본캐가 부캐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상태에서 부캐의 보관소를 열고 있는 거랍니다.

이 모든 일을 벌이게 된 이유는 자세히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서, 짧게 요약만 하겠습니다.

저는 요즘 걸 하는 게 좋습니다.

요즘 것 사이에서 충분히 옛날 것이 자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더 잘 자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스토리텔링 그 자체. 어쩌면 인간이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하기 전부터 원시적인 형태로 이어져 오던 것.

그것이야말로 요즘 것 사이에서 아주 번창할 수 있는 옛날 것입니다.

그리고 게다가! 인간이 인간임을 아는 이상, 저는 스토리텔링이 인간에게 불변인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보다는 '인류가 인류인 한'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스스로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 인간 개개인은 있을 수 있으니.

하지만 대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의 기억이 떠오르며 오늘과 이어지고, 내일이란 개념 역시 떠오릅니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늘을 지금처럼 살지 않을 이들이 많지 않은가요? 그리고 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역시 오늘을 지금처럼 살지 않겠죠.

그 자체가 서사, 스토리텔링이고, 우리 삶에 녹아드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변인 것을 틀에 집어넣으려 하거나, 심지어 자기네를 통과하지 않으면 가치 있는 스토리텔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족속들이 있다면, 저는 주저 없이 도망칠 겁니다.

왜냐면요, 도망이 최선이라고 여기거든요. 그들의 서사가 저러한 것이라면 제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저들 서사는 저들 알아서 하게 내비두고, 저는 제 서사나 쓸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좀 필요했나 봅니다. 이 한아임이라는 부캐로 뭘 어떻게 할지 생각할 시간.

이게 필명을 쓰는 장점 중 하나입니다. 한아임은 저도 아니고, 제 다른 필명도 아닙니다. 얘를 부캐나 필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다음으로 가까운 개념은 ‘브랜드’일 겁니다.

한아임은 이렇게 될 수도 있었고, 저렇게 될 수도 있었습니다. 아직 별다른 목적성을 띠지 않은 여느 서사의 주인공처럼 방향이 없었습니다. 모든 게 가능한 만큼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하지 않을 것이 결정되어 가며, 동시에 할 것들도 결정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제약이란 외부에서 막무가내로 들어오면 참으로 빡이 치지만, 적당히 자초하다 보면 정말이지 창작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글/그림/음악 등 일반적으로 창작이라고 불리는 분야가 아니어도요.

이를테면 사업. 창작입니다. 사업 하나 일으키는 데에 얼마나 많은 창의력이 필요한데!

스포츠. 창작입니다. 이전 세대에서 못 한다고 하던 것을 세계의 선수들이 계속해서 깨 나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방식은 이전 세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업이나 스포츠 분야만큼 제약으로부터 번창하는 분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업할 땐 늘 돈과 시간이 부족하고, 스포츠에는 룰이 있습니다. 제약이 그렇게 확연하게 드러나는 분야에서 창의성이 꽃피우는 걸 보면, 가끔은 ‘창작’이라고 대개들 불러주는 분야에서 나는 왜 혁신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혁신’이란 게 난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난해하다면 그건 의도치 않은 것입니다. 적어도, 난해함 자체가 일부러 이루려던 목적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히려 글을 쓰면 쓸수록, 아니, 어떤 식으로든 외부로 향하는 활동 전반을 하면 할수록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한테 닿는 게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입니다.

아, 이런 점은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닿고는 싶지만, 모든 이에게 닿고 싶진 않습니다. 모든 이에게 통하는 것이 있다고 여겨질 때가 있긴 해도 실제로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거니와, 그 도달할 수 없는 ‘모두’에게 다가가려다가 너무 많은 것들이 바래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눈에 보이는 파스텔색은 좋아하지만, 비유적인 것들에 있어서는 파스텔보다 쨍한 게 좋아요. 그래서 한아임 나름의 컨셉을 미친설탕꽃밭으로 잡았던 거고, 그 괴기하고 앞뒤 안 맞는 초기 컨셉 덕분에 ‘아닌 것’들을 쳐낼 수 있었습니다.

얘는 앞으로도 쨍하게 유지하고 싶어요. 한아임의 꿈은 부캐지만 씬 스틸러…

‘저’는 한아임 말고 다른 자아들도 포함하기에, 한아임이 과연 꿈을 이룰지? 그건 저도 모릅니다. 다른 자아들과의 자원 쟁취 싸움에서 (시간, 돈, 관심 등등) 한아임은 과연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적어도 협상할 수 있을 것인가?

저는 체스를 못 두고, 바둑도 전혀 모르는데요. 막연하게 ‘내가 둔 수를 내가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한아임이 일을 마구 벌여놓으면 다른 자아들이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 자, 우리도 너한테 흥미롭거나 아니면 적어도 하지 않으면 죽는 일을 들이 대주마! 이제 어떻게 나올래?’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 않으면 죽는 일: 잠을 자라 이것아. 운동을 해라 이것아. 세금은 내야지 이것아. 일해라절해라.)

그래서 한아임은 뒤로 밀려나 있었는데, 참… 이것도 희한한 것이, 한아임을 보고 있자면 존버가 생각납니다. 존버는 승리…

얘는 그냥 그렇게 뒷배경에 있을 수도 있었으나, 존버를 한 덕택에 영어 필명이 은퇴하고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을 외치는 순간에 우위를 점했고, 그래서 새로운 영어 필명이 태어나기 전 자기 어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쓰다 보니 마치 사극을 설명하는 것 같네요.

별다른 창의적인 측면 없이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스탠다드한 왕위 계승 체계를 지닌 한 나라의 왕에게는 중전과 후궁이 있었다. 중전이 낳은 세자가 복잡스러운 삶을 포기하고 절에 들어가자, 후궁의 아들이 세자 자리를 탐한다. 중전이 낳은 더 어린 아들은 아직 걸음마도 채 떼지 않았는데… 과연 이 나라의 미래는?

여러분? 저의 머리는 이렇게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제 안에서도 저끼리 잘 싸워서, 혼자 있어도 아주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혼자 있으면 심심하다는 건 대체 무슨 뜻인지? 그것은 어떻게 일어나는 일인지? 저는 모릅니다. 혼자 있어도 얼마나 바쁘게요...

아무튼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 보자면, 안타까운 건지 아닌지, 제 경우 후궁의 아들은 왕이 되지 않을 겁니다. 일단 앞으로 3년을 예측해 보자면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미국에 살고요. 미국 국적자입니다.

이것은 한아임이 본캐가 되기에 아주 현실적인 장벽입니다.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심지어 온라인에서도 그렇습니다. 아이핀 달라는 데가 왜 이리 많은지…! 계정 자체를 못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귀찮습니다. 저의 이 귀차니즘을 없앨 만한 거대한 사건이 생기지 않는 한, 한아임은 부캐로 남을 겁니다.

그렇지만 또 모르죠. 하도 세상이 점점 빨리 변하고 있으니. 아이핀을 모르는 세대가 이미 태어난 건지도 모릅니다. 오늘 태어난 아이는 글자를 읽게 될 때 즈음 아이핀에 대해 듣기나 하게 될까요?

저는 안 그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과연…

한아임은 왕좌를 차지할 수 있는가?!

네. 아무튼 그렇습니다.

본캐든 부캐든, 한아임은 재미난 것들을 준비하고 있고, 신이 나 있습니다. 요즘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일단 새로 보관소를 열었기 때문에, 즉, 제가 결제를 했거든요? 고스트 프로 1년 치를 결제했기 때문에 한아임은 적어도 앞으로 1년간은 생명줄을 견고히 붙잡고 있을 예정입니다.

(고스트는 지금 이 웹사이트를 돌아가게 하는 CMS입니다. 그 자체로는 오픈소스 공짜이지만, 저는 개발자 지식이 없기 때문에 프로 플랜을 돈을 내고 씁니다. 돈을 내는 대신에 웹사이트가 잘 살아있나 걱정을 안 합니다. 워드프레스도 좋았지만 고스트 줭말 빨라요. 어마어마해요. 제약이 많은 만큼 스피디한 창의성의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워드프레스가 워낙 모든 게 가능한 툴이라서 그런 거지, 워프에서 안 되는 거 고스트에서 되는 것도 꽤 있습니다. (ex: 킹 간단한 뉴스레터. 킹 간단한 멤버쉽.) 그냥 워프와 고스트, 그 둘은 해내는 일이 다른 것 같아서, 전 둘 다 데리고 가려고요!)

돈이 들어갔다는 건 투자를 했다는 뜻이고, 그만큼 잘해보려 할 확률이 높다는 것…! 그다음에는 궁중암투극처럼 한아임 목이 잘릴지, 얘도 절에 들어갈지… 저도 몰라요. 한아임도 몰라요.

그러나 일단, 다음번에는 한아임이 한다는 ‘재미난 것들’이 대체 무엇인지, 좀 더 뚜렷해진 결과물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한아임인데 한아임이 아닌, 3인칭도 1인칭도 아닌 자가 보냄.-